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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북미의 파리, 몬트리올로 떠나는 디자인 기행 : Paris of North America, Montreal and Design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던 12월 초순,

캐나다에서 가장 추운 도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생각없는 여자의 여행은 추위만큼이나 짜릿했다.

Bonjour~

Hello 보다 Bonjour(봉주흐), Thank you 보다 Mar-ci (메흐씨)가 익숙한 이곳은 프랑스...? ! 가 아닌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복판이다. 보통 캐나다면 영어권 나라가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이곳 몬트리올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프랑스어권 도시이다. (실제로 여행 중 길을 물었을때, 영어를 아예 못쓰는 시민이 많아 오히려 관광객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는 후문이 있다.) 프랑스어를 쓰는 도시가 캐나다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의아한데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프랑스어권 도시가 유럽이 아닌곳에 다른 곳에 있다는것 또한 몬트리올을 신비롭고 가고싶은 땅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프랑스어로는 '몽레알'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사실 프랑스인에 의해 발견되고 개척되었다. 그 후, 모피교역의 중심지로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로 성장하다가, 경제권이 토론토로 옮겨감에 따라 캐나다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가 되었다. 현재는 유럽과 캐나다, 각지를 연결하는 교통의 중계지이자 유럽과 북미의 문화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문화 예술, 재즈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전만해도, 몬트리올에서 프랑스의 향기를 맘껏 느끼고 오겠다는 막연한 낭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몬트리올에서 만난 장소 곳곳은 '디자인 명소'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을만큼의 수준이였다. 유럽과 북미의 문화가 공존하는 그곳으로 디자인 기행을 떠나보자.

<노트르담 대성당, 맥도날드, 자끄까르띠에 광장>

디자인 Metro

명소들을 소개하기에 앞서서 몬트리올에서 감명받았던 메트로를 소개하고자한다. 대한민국의 지하철은 복잡하고 환승이 어렵기로 그 악명이 자자하다. 너무나 급격했던 산업발전에 의해서인지는 몰라도, 지하철의 노선은 상당히 뒤죽박죽이다. 한,두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이 아닌 공공의 공간을 디자인함에 있어서, 사용자의 동선은 마땅히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지만...우리의 노선은 사람을 환승하다가 지치게 만들지 않는가.

사실 몬트리올을 여행하며 지하철을 정말 많이 타고다녔다. 유명한 명소들이 대부분 지하철을 통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걔다가 놀란것은 환승 시스템이다. 역의 구조를 사용자의 동선에 맞게 철저히 계산하여 설계한 티가 역력했다. 환승역이 서울의 5분의1수준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친환경 열차

신소재와 친환경 재질이 디자이너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요즘, 이 열차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차 바퀴처럼 달린 고무타이어다. 열차가 공중부양을 해서 날아다녀도 신기할게 없는 이 시대에, 몬트리올의 열차는 바퀴가 굴러가는것이 익살맞을만큼 한눈에 잘 보인다. 사실 이 바퀴는 재활용 된 고무타이어로 소음이 적고, 철가루가 날리지 않는것을 고려하여 결합된 것이라니, 환경을 생각한 열차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

-지하철 역이 갤러리?!

몬트리올 지하철 역은 모두 디자인이 다르다. 역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 아래의 사진은 칼라풀한 원이 지하철 곳곳에 사용된 역사의 일부이다.

이러한 점은 여행객을 즐겁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마치 일본에서 기차역마다 파는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이 유명한 것 처럼 말이다.

-직관적인 픽토그램

오른쪽상단의 노약자 픽토그램은 그 어느 글이나 그림보다도 강력하다. 아래의 불어를 읽을수는 없지만 의미하는 바가 너무나 명료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한국의 '노'약자는 첫글자에 너무나 취우쳐져 있다. 때문에 끊이지 않는 개개인의 분쟁이 사회혼란만을 낳고있는 실정이지 않는가. 요즘 포털 사이트마다 화제가 되고있는, 양보로 인해 노인과 젊은이가 싸우는 동영상이 문득 떠오른다.

오른쪽 아래의 픽토그램은 하프모양이다. 이것은 몬트리올의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픽토그램인데, 바로 예술가들이 공연을 할 수 있게 지정된 곳이다. 단지 지하철 공연을 하기위해 수많은 예술가들이 오디션을 본다고 하니, 몬트리올의 지하철은 예술가에게 제공되는 또하나의 열린무대이다. 지하철역에서 조차 공식적인 공연 무대가 있는 몬트리올, 다시 한번 문화 예술의 도시임이 분명해 지는 순간이다.

올드 몬트리올_봉스쿠르 마켓

이제 본격적인 디자인 명소 탐방을 시작해보자. 프랑스 식민지 시대 시작 무렵인 17세기 중엽, 메종 뇌브가 사람들을 데리고 처음 정착한 곳이 올드 몬트리올이다. 그래서 인지 고딕양식이 접목된 옛건물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어, 몬트리올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곳이기도 하다. 북미 최대규모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구시가지의 중심지인 자끄까르띠에 광장 등 아름다운 곳이 많긴 하지만, 디자인 명소를 소개하는 글인지라 꼭 언급해야할 장소는 바로 '봉스쿠르 마켓' 이다.

1847년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봉스쿠르마켓'은 오랜기간동안 그 용도가 뒤바껴 오고있다. 캐나다 국회, 시청, 음악회장, 전시회장 등으로 사용되다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된 용도는 다름아는 야채시장. 그래서 시장이라는 의미가 그대로 건물 이름으로 사용되어 오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고가의 그림, 전통적인 기념품, 전시회장으로 두루 이용되고 있다.

오랫동안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그 외관은 처음과 같이 유지되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바뀌어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인테리어를 적용하여 운영된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원래 있었던 것을 훼손하여 더 세련된것, 더 현대적인 것을 만드는 것이 과연 옮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또 한번 머리를 스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러한 경향이 매우 심하기에, 이러한 해외 사례를 볼 수록 아쉬움이 크다. 선진국의 무분별한 문화는 받아들이기에 바쁜 우리나라 정부, 이렇게 반드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여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디자이너의 마인드로 정치해야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본다.

재즈의 선율이 흐르는 전시회장

몬트리올은 매년 여름마다 세계적인 규모의 재즈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도시로 유명하다. 이처럼 봉스쿠르 마켓의 지하 갤러리는 미술작품을 감상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생한 악기선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한 무대는 전시회장의 자유로움을 더 부각시켰다. 걔다가 구석 소파에서 나른하게 졸고있는 큰 개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명소리뷰인지라 간단히 전시회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회였다.

처럼 봉스쿠르마켓은 쇼핑, 전통, 전시가 결합된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서의 가치가 큰 디자인 명소였다.

미디어 아트로 빛나는 예술의 전당 PLACE OF ART

사실 앞서 소개한 장소는 몬트리올을 소개하기 위한 서론에 지나지 않는다. 디자인명소로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곳, 예술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 'place of art'이다. 엄청난 규모는 물론이고 미술관, 야외공연장, 호텔, 레스토랑, 지하철역이 모여있는 이곳은 몬트리올의 현대적 문화공간의 중심지이다.

매년 이곳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재즈 페스티벌,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 중 이 장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바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 높고 웅장한 큰 기둥들과 아래 투명박스들의 용도에 의구심이 들었다. 머지않아 그 용도를 알고나서는... 놀라움과 탄성이 절로 지어졌다.

프로젝션 맵핑을 이용한 빛의 공간

흰 기둥들은 바로 조명의 역할을 한다. 사실 빔프로젝트의 기능이라고 예상되는데.. 그 기능을 한다는 것은 정확치 않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프랑스어라 해석이 쉽지 않기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음이 아쉽다. 하지만 매주 일정한 시기, 밤이 되면 기둥의 맞은편 벽면에는 각종 영상과 빛이 쏘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저 벽면에 프로젝트를 기둥이 쏘는것이라 확실시해 본다. 이것이 미디어아트 축제 기간에는 더욱 더 활성화되어 장관을 이루는 것이다.

또 하나 이공간의 숨은 매력은 흰 기둥 바로 아래에 자리한 투명한 박스에 있다. 이 투명큐브는 바로 레스토랑이다. 여행을 하며 머물던 숙박업소의 정보에 따르면 굳이 축제기간이 아니라도 매주 일정한 요일에 이러한 미디어 아트가 켜지게 되는데, 그 시간에 이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로맨틱하고 꿈같은 저녁식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시간이 흘러 꼭 여기에서 밥을 먹겠다는 소원 하나가 생기게 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건축물에 빔프로젝트 등을 이용하여 영상을 입히는 것을 전문용어로 멀티 프로젝션 맵핑(Multi Projection Mapping)이라 한다. 사실 영상과 건축물의 조화에 상당한 관심이 있어 이 축제를 놓친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굳이 축제가 아니더라도, 사실 밤만 되면 이곳 어디에서나 멀티 프로젝션 맵핑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몬트리올을 미디어아트의 도시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축제의 한장면>

도심 속 미디어 아트

프로젝션 맵핑 : 건물에 눈이 내리는 영상이 연출됨. (사진찍는 타이밍을 놓쳐 그렇게 보이진 않네요.)

미디어 파사드(주로 LED를 건물에 외관 등에 표현 하는 방식) 를 이용한 크리스마스 장식

빛으로 가득한 예술의 전당의 지하공간

밤이되면 더욱 더 아름다운 몬트리올. 예술의 전당 또한 유기적인 작품에 가까운 가로등이 환하게 건물을 비추고 있다. 그 중 지하공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아닐 수 없다. 하얏트 호텔과 예술의전당 건물을 이어주는 넓은 복도에 양쪽으로 큰 스크린을 설치해 두고 또 다른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목을 잡게하는 매력적인 전시이다. 걔다가 이러한 요소가 더욱 더 디자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게 끔 만들었다. 관객을 미술관으로 이끈것이 아니라, 전시를 공공장소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것이다. 요즘의 트랜드가 그렇기도 하지만 예술의 표현방식이 더 자유롭고 적극적이어 진 것이 점점 아트와 일반시민의 간격을 좁혀나가고 있다. 그 간격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디자인의 가치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럽과 북미, 그리고 현대적 뉴미디어가 공존하는 도시

직관적인 픽토그램과 사용자의 동선을 고려하여 설계된 쉬운 메트로.

고전적인 고딕양식과 현대적 인테리어를 결합하여 재탄생 한 복합문화공간 봉스쿠르 마켓.

각종 페스티발과 미디어 아트의 중심지 예술의 전당_Place of Art.

이러한 몬트리올의 디자인명소들을 둘러보며, 유럽과 북미의 문화만이 결합된 것이 아닌, 현대적인 요소를 가득 담은 디자인 명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이곳에서 현대적인 뉴미디어를 접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하지만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아름다운 건축물보다, 다른 의미로서 더 가치있는 아트를 접하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광도시로 유명한 다른 어느나라의 어떤 장소보다, 몬트리올의 이러한 미디어 아트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는 미디어아트를 육성하기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며, 각종 아트들의 융합을 시도하여 새로운 뉴미디어를 창출하기 위한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미디어 아트가 이미 도심속에 뿌리내린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도 미디어 아트는 최근 종종 이용되고 있다. 화려함이 중요한 백화점 외벽디자인, 기업 건물 등에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미디어 아트를 즐기기 위한 최적화 된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일 것이다.

뉴욕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육로를 통해 갈 수 있는 몬트리올을 한번 쯤 방문하길 추천한다. (버스로 9시간)

하지만, 철저히 계획하여 여름 축제기간에 맞추어 간다면, 더욱 즐거운 디자인 기행이 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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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디자인소리 & 리뷰어 1기 천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