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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역사, 예술 그리고 New Combination _몬트리올 현대 미술관

트리올의 휘향찬란한 미디어아트는 밤거리를 더욱 아름답게 수놓았다. 겨울이라 해가 일찍 저무는 탓에 까페에서 몸을 따듯하게 녹이고 있을때, 문득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조급히 지도를 뒤적거리며 까페문을 나섰다.

지도에 포착된 장소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인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Montreal Museum of Fine Art)'.

몬트리올의 미술관은 어떤 작품들을 소장하고, 전시하고 있을까? 호기심에 부푼 마음을 가득담고 미술관행 버스에 올라탔다.

올드몬트리올과 크게 멀지 않은 장소와, 환상적인 몬트리올 교통체제로 인하여 신속히 미술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매서운 바람으로 부터 나를 지켜 주었던 목도리와 모자, 장갑 등을 훌훌 털며 미술관 로비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아직까지 입장을 할 수 있는 시간이였는데,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이 미술관을 찾아 그 북적임이 나를 더욱 들뜨게 했다.

'몬트리올 현대 미술관(Montreal Museum of Fine Art)'은 도로를 가운데에 두고 크게 구관과 신관으로 나누어져 그 웅장함이 대단했다. 그리스 신전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는 고전적인 건축물인 구관을 마주하여, 현대적인 대리석과 유리창으로 둘러쌓인 신관이 셰르부룩 거리를 중심으로 자리잡아 그 주변을 예술적인 느낌으로 애워싸고 있었다. 전세계의 다양한 회화작품을 소장하고 있는것으로 유명하기도 한 이곳은, 신관에서는 기획 상설전시가 주로 이루어지고, 구관은 근대 미술작품들과 가구,공예,악기,스테인드글라스 등의 많은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어 미술박물관이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만한 곳이였다.

 

좌_ 특별전 포스터가 걸려있는 신관

우_ 구관

 

간이 부족한 탓에 구관보다는 신관을 중점적으로 관람하였다. 지하2층부터 지상으로는 4층까지 있는 신관은, 중세미술 컬렉션, 애니메이션 특별전, 캐나다 전통 미술 컬렉션, 그리고 현대미술과 피카소에 이르기 까지 예술의 전분야를 다루고 있었다.

마침 메인 홀에는 크리스마스시즌을 맞아 캐나다 민족협회로부터 제작된 2층높이의 커다란 트리가 분위기를 돋구었다. 하늘거리는 트리장식의 반짝임을 눈으로 담으며 4층으로 향했다.

 


중세부터 아름다운 시절까지(From the Middle Ages to the Belle Epoque)

꼭대기층부터 차례대로 내려가며 감상하기 위해 4층에 도착했다. 유리벽으로 쏟아지는 빛에 잠시 넋을 잃었다. 아름다운 유리벽만큼 이 공간의 테마 또한 그랬다. Belle Epoque는 불어로 아름다운 시절, 즉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의 평화롭고 예술이 흥하던 시대를 의미한다. 전쟁 이전의 여유와 순박함이 있던 시절은 어땟을까?


 

중세시대하면 틀에박힌 고풍스러운 작품들이 떠오르고는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컬렉션은 그 틀을 많이 벗어난 재미난 작품들이 많다는 느낌이 피부로 와닿았다. 작품을 보며 피식피식 웃고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익살맞은 표정과 이빨빠진 미소를 보며 어찌 입꼬리를 당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캐나다의 에스키모, '이누이트'

그들의 표정, 생활,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익살맞은 이 조각품들은 사실 그냥 중세시대가 아니라 '이누이트'의 중세를 보여준다. 이누에트란 캐나다 북부지역에 사는 원주민, 즉 에스키모이다. 하지만 캐나다 에스키모들은 스스로를 사람,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이누이트로 부르며 불려지길 원하고 있다.

이누이트들을 보며 옜날 캐내디언들은 이렇게 못생겼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조각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언가 우리와 닮았다.....쌍커플 없는 눈, 익숙한 낮은 콧대...그렇다. 인정하긴 싫어도 그들은 몽골리언인 것이다.

과거로부터의 회귀

이제 중세에서 조금 더 현대와 가까워져보자. 1920년대 초반 이누이트들은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게 된다. 이름하야 '이누이트 전통 문화 말살 정책'의 시작으로 전통의복을 입으면 경찰들에 의해 찢겨져 나가는 수모를 당했다. 기독교와 유럽문명이 그들의 문화를 완전히 잠식시키려는 폭력을 행한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그들의 작품은 탄생되었다. 마치 전쟁의 한장면을보는 듯한 비통함이 가슴 깊숙이 전해져왔다.

 

 

BIG BANG

이곳의 신관은 시즌마다 기획전시를 하는데, 마침 이 때는 '빅뱅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 전시는 카툰과 예술을 융합한 새로운 방식의 전시회였다.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에 신나게 입장했는데........ 마감시간이 다된 탓인지 너무나 보고싶었던 특별전은 관람할 수 없었다.

두고두고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아... 3층부터 갈껄.

 

 

하지만! 다행히도 전시장 입구의 작품은 아직 볼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녹색의자와 아래의 영상이다.

녹색의자는 그 주위를 수많은 플라스틱 의자들이 높은 천장 끝까지 쌓아져 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라인들이 얼기설기 얽힌 의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의자를 둘러싼 수많은 의자벽들에 의해 느껴지는 중압감은 실로 대단하였다.

그리고 '빅뱅 특별전'이 매력적이였을 것이다... 라는 느낌을 주었던 입구의 작품은 이 전시를 놓친것을 더욱 더 아쉽게 하였다. 하지만 이것만이라도 볼수 있었던 기쁨에 신나게 동영상을 촬영했다.

 

 

 

CARTOON + ART = ?!

내용은 이렇다. 엄마를 따라 파티장에 놀러온 소년은 어디선가 뚱땅뚱땅 조각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복도의 예술품들을 지나, 소년은 2층으로 향하게 되고 한 작업실로 들어서게 된다. 조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쳐 소년이 결국 발견한것은 누드모델. 화들짝 놀란 어린 소년은 얼굴을 붉히며 방을 나선다.

전시장에서도 우리는 이 카툰을 보며, 뚱땅거리는 망치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카툰을 다보고난 끝에는 그 누드모델들이 모델이였던 만화 속 바로 그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카툰과 애니메이션의 융합은 너무나 재미있는 결과를 낳았다. 사실 이러한 전시 방식으로 인하여 그냥 슥 보고 지나칠 수 있었던 조각작품이 카툰에 의해서 극대화를 이룬것이 아닐까. 걔다가 시각뿐만이 아닌 청각을 자극시키는 이러한 전시는 그 속에 포함 된 유머스러움에, 엔돌핀이 상승하는 기분마저 들게 하였다.

 

- 카툰 속 누드모델들.

 

 

광활한 지하공간

자, 시간이 없다. 1,2층을 뛰어넘어 지하로 가보자. 신관가 구관을 이어주는 커다란 지하복도는 또 하나의 전시회장이다. 어디를 가나 지하를 잘 활용하는 몬트리올 답구나..

 

 

지하의 테마는 바로 'LOVE'.

만물을 하나로 만드는 이 단어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지하에는 아름답고 예쁜 작품들도 많았지만 남녀의 갈등을 그린 이 작품이 가장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그들은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닐까...

소통을 원하는 남자. 하지만 여자는 외면한다. 결국에는 그녀의 냉담한 태도에 지쳐 이별을 고하고 마는 그. 결국에는 그녀의 손을 삐죽거리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남자... 여자는 끝까지 도도한 표정으로 턱을 치켜세우고 있다. 도대체 그녀가 원하는건 무엇일까? 이건 정말 여자인 나도 모르겠다.

 

몬트리올에서 만난 백남준

이 곳에서 만난 반가운 그 이름,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1989년작인 이 작품의 이름은 'Royal Canadian Mounted Police (왕립 캐나다 기마 경찰대)'. 1989년이라니.... 나와 나이가 같음에 흠칫하며 놀랬지만 그의 작품을 발견했다는 것에 반가움이 앞섰다. 사실 그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이것은 인터넷에서도 잘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 보물찾기에 성공한 초등학생마냥 뿌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라디오, TV, 케비넷, 비디오 플레이어, 나무로 된 말과 모자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제목에서 찾아볼 수 있듯 캐나다를 주제로 하고있다. 캐나다를 위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온몸으로 전달되어져 오며, 이것이 몬트리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은 필연적인 조화가 아닐까 싶다.

 

 

 

역사에 근거한 예술작품,

그리고 현대적 발돋움을 함께 보여주는 미술관

 

어느 나라를 가던 그 도시의 미술관을 가는 것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필수코스이다. 가끔씩 서울에서 해외 미술관의 콜렉션을 옮겨와 힘겹게 만나볼 수 있는데, 그러한 실정을 고려하였을 때 이곳에서의 미술관 탐방은 손쉽게 보기힘든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캐나다 북부 이누이트의 역사적 아픔을 승화시킨 예술작품에서부터, '빅뱅 특별전'을 통해 보다 미래지향적인 선구자적 전시회를 선보였다는 점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또한 유럽의 문화와 현대적인 미디어아트가 공존하는 몬트리올인 만큼, 미술관에서도 그러한 몬트리올의 특성을 느껴볼 수 있었다.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작품들을 잘 보존하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발돋움을 하기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멈추지 않으며 New Combination을 이루어 내고 있지 않은가. 미술관의 끊임없는 시도와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과감한 시도는 이 시대의 젊은이, 그리고 모든 분야를 어우르며 융합을 이루어내야 할 디자이너에게 있어야 할 필수적인 마음가짐일 것이다.

소개한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여름, 남들 다 가는 유명한 여행지보다, 개척하고자 하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몬트리올로 훌쩍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보다 더 많은 예술적인 정취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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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디자인소리 & 리뷰어 1기 천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