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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젊은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독백 '디아티스트_Projectroom' : Young artist exhibition

다가온 봄을 만끽할새도 없이 따듯한 온풍이 느껴지는 도시, 대구!

그 뜨거운 기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발산되고있다.


젊은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독백 '디아티스트_Projectroom'

젊은이들은 언제나 고뇌한다. 더군다나 졸업을 앞둔 4학년 대학생인 필자의 경우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가 터질듯한 요즘이다. 누구나 젊을때에는 빡빡한 사회생활의 흑과백적인 모습에 넌더리가 날만큼 지치고, 마치 내일 세상이 무너질듯 현대사회를 비난한다. 하지만 그런일은 없다는 것은 알기에 이따금 삼겹살에 소주한잔 걸치고 나서야 우리는 겨우 그 속으로 다시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들은 우리사회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이러한 현대사회의 다양한면과 우리가 평소에 하는 생각이나 고민, 일상의 흔적같은 영역들을 표면으로 드러내어 아트스트로서의 예술성을 부합하였다. 또한 회화, 사진, 영상, 설치와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동시대에 대한 성찰과 감성을 작품을 통해 소통하려 한다. 그들의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던 생각, 기억들, 그리고 그냥 지나쳤었다면 잡념이었을뿐인 이 감정들이 예술로서 어떻게 승화되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대구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프로젝트룸] 그들을 위한 완벽한 전시장

전시회 명의 프로젝트룸은 정말 이 전시가 프로젝트룸이라는 공간안에서 열린다는것을 말해준다. 대구시립미술관의 본관홀이 아닌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이 공간은, 시멘트 그대로의 벽, 군데군데 깨어져 있는 바닥 그대로가 뿜어내는 거친기운을 안고있어 도전적인 젊은작가들의 열정을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알맞은 장소라 느껴졌다.

고급 카페트가 깔린 고풍스러운 미술관의 방탄유리 안 콧대높은 작품을 관람하는것보다, 마치 미완성처럼 보이는 시멘트와 벽돌의 기운이 내뿜는 청량함이 젊은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더욱 더 유니크하게 돋보여주니 말이다.

(사진은 본 전시와 관련이없습니다. 전시장 분위기만 느껴주세요.)

[흔적시리즈 Foot Print Ⅱ2012_임창민]

전시 초입에서는 쿵, 쿵, 쿵... 발걸음이 만들어내는 무겁지만 잔잔한 소리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바닥, 천장까지 이어지는 이 비디오 설치 작품은 일정하게 반복되는 발자국 소리, 발이 바닥에 닿여 걸음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어 고요하지만 묵직한 소리로 공간을 매꾸고 있었다.


작가는 내 몸의 일부이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발이라는 신체를 이용하여 삶의 한 속성을 이야기하려 했다. 나의 신체는 영원하지 않을지라도 작품안의 발은 걷고 걸으며 발바닥에는 점점 거뭇한 때와 같은 흔적이 묻어나고, 더해진다. 이러한 흔적을 풀이한것이 매우 인상깊었는데, 흔적이란 어떤것이 지나간 자취라는 원래의 의미와 같이 사라져버린 어떤것이 연상되는 단어이지만, 발에 흔적이 묻어나는것처럼 다시 더해질 수도 있다는것을 통해 인간의 삶은 결국 사라지지만, 어떤 형태로든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발의 흔적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흔적은 이미 이미 사라진 어떤것의 발자취이지만, 그 흔적은 다른 누군가의 기억이 될수도있으며, 이것은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였다.

[I was born to decorate yoour personal library with a view of swimming pool. 2012_김승현]

전체적으로 어두움 속 작품만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전시장안, 모눈종이 위의 희미한 글씨가 아른거린다.

'I was born to decorate your personal library with a view of swimming pool' 나는 태어났다, 수영장이 보이는 너만의 개인적인 도서관을 장식하기 위해..

여기서 나는 과연 사람일까? 싶은 궁금증이 유발되는 제목이였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 속 텍스트를 통해 어떠한 미지의 공간에서 누군가가 '거실'을 소유하고 있는지, '강변','수영장'이 보이는지, 그 공간이 예술작품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끊임없이 물으며 소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있다.


한눈에 보았을때 그림액자 속 모눈종이 위의 텍스트는 잘 드러나지 않아 한눈에 판별하기 어렵다. 이는 작가가 그림액자 자체를 좀 더 드러내기 위해 의도 된 장치기도 하다. 그의 작품설명에서 진정한 의미는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 1인가구가 늘고있는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는 그러한 풍경을 소유하고, 공감할만한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라고 말이다. 그러므로 관객들은 모눈종이 위의 선들에 집중하여 눈길을 공들였을때 불편한 이야기를 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도록 초래한 것이다. 당히 재미있는 반전적 요소가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이 작품의 김승현 작가는 현대사회의 공간에 관한 비판적 메세지를 다른 여러 전시를 통해 전달한 바가 있는것으로 알고있다. 누구나 어릴적에는 넓은 정원과 아름다운 집안을 꿈꾸거나, 수영장이 있는 저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물론 성인이 된 지금도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꿈들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말이다.

[노랑머리 소녀 Yellow girl 2012_허양구]

하나같이 비비드한 칼라가 잘 어울리는 참 예쁜여자들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뭔가 부족해보이지 않는가. 하나같이 촛점이 없이 마치 약에 취한듯한 멍-한 시선을 내던지고 있다. 다채롭고 화려한 색들로 둘러쌓여있는 그녀들은 사실 지극히 말초적이고 감각적인것을 추구하지만 정신적인 것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 투영되어있다.

마치 학점과 스펙은 빵빵하지만 꿈이라곤 없는 우리시대의 대학생, 안정적이지만 매일 기계적이고 지루한 일만을 반복하는 공무원이 떠오르지 않는가?

특히나 한국사회에서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모습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현상이 대두되고 있어 더욱 더 공감가기도 하였다. 실 나부터가 남들을 항상 의식하며 살아왔지 않은가. 작가가 의도한 현대인의 삶 이면의 허무함 가득한 모습이 가슴에 와닿았다.

[해우소 가는 길 The way of Mindfulness 2012_김희선]

해우소를 다녀온 적이 있는가? 불교에서 변소를 달리 이르는 말 '해우소', 근심을 푸는곳이라는 뜻이다. 화장실이 바깥에 있던 예전에는 그곳으로 향하는 길이 어땟을까? 이제는 방문만 열고 몇발자국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되버렸기에 우리는 오랫동안 그 감정을 느껴볼 수 없었을 것이다.

작가는 해우소 가는길에 사운드를 가진 둥근 모듈 25개를 설치해두고, 해우소 가는 길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어둠속에서 사진을 찍으며 둥근 구슬을 지나칠때, 우리는 들을수 있다. 바람소리, 떨어지는 나뭇잎이 굴러가는 소리, 사람의 숨소리 ...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들이 끊임없이 빛과 함께 요동치고 있었다. 사실 해우소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그러한 사적인 공간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함으로서 일종의 휴식의 공간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었던 장면을 상상하게 해주어 우리는 그 풍경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제서야 이해하여 작가가 연출한 삶과 예술이 조우하는 광경을 느낄수 있었다.

[Two Positions 2012_송영욱]

전시회 한쪽 벽 덩그러니 설치되어 있는 거울이 보인다.

우리는 이게 무얼까? 하고 가까이 다가갔을때 비로소 관객을 겨누고 있는 여러개의 기관총을 발견하게된다.

세상을 살다가, 나는 참 나름대로 열심히 잘 살고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순간, 예상치 못한 누군가는 나에게 적대심을 가지고, 경계하고 있을 때가 있을것이다. 그것이 질투이든, 시기이든지 뜻밖에 다가온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 않을까. 우리는 그 뜻밖의 적의를 이 거울에서 느낄 수 잇었다. 작가는 한지를 사용하여 가공한 총들을 거울 뒤에 매달에 놓고, 조명이 켜짐과 꺼짐에 따라 총이 비쳤다 사라지게 연출하여 관람객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다가, 어느순간 자신을 향해 겨누어진 총구와 마주하는 것이다. 어느 상황속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이러한 기억을 설치미술을 통해 되살려 보았을때,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참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누구나 이러한 총구와 대면한 경험, 있지 않을까? 다만 그 총이 사람이였을수도, 물건이였을수도, 추억이였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언제나 코앞까지 총구가 다가왔을때가 되서야 비로소 알아차리는 것 같다.

사실 전시장 내 사진촬영을 금하는 관계로 질높은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다행히 홍보 동영상을 발견하여 첨부할수 있게 되어 너무나 다행이다.

찍어온 사진보다는 작품이 더 잘보이는것에 아쉽고 씁쓸하지만... 동영상을 참고하는것이 전시작품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것같다.^^

그들에 의해,

새로이 태어난...

감성과의 만남!

소개한 작품들 이외에도 약 십여점의 작품이 더 전시되어 있다. 소통이 강조되는 이 시대에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 에 귀 귀울여야 하는것은 디자이너의 가장 필수적인 몫이 아닐까, 싶어 이번 전시를 관람한 의미가 큰것같다. 작가는 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가수는 노래로 자신을 보여준다. 예술가들의 표현방식은 나날이 창의적이고 감동을 주어 관람객을 매료시켜간다. 그와중에 젊은 작가들의 2012년 최신작들을 보면서, 감정의 표현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느껴본 시간이였다.

또한 그냥 지나칠수있는 아이디어를 캐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디자이너들처럼, 그들은 사소하게 넘어갈수있는 감정들에 살을 불어넣어 우리를 공감가게 한다는것이 놀랍고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느껴본 관람이 아니였는가 생각한다.

[대구시립미술관 찾아가기]

프로젝트룸_디아티스트 2012. 4. 17 ~ 9.9

전시기간이 길어 근처 올림픽경기장을 방문하며 함께 들르는것을 추천!

대구광역시 수성구 삼덕동 374

2호선 대공원역 5번출구로 나오셔서 시립미술관 셔틀버스 이용가능. 매 30분 순환.

관람시간 : 4월~10월 | 오전 10시~오후7시 / 11월~다음해 3월 | 오전 10시~오후6시

도슨트 프로그램 : 매일 오후 2시 - 4시사이 예약없이도 전시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용요금 : 성인 1000원 / 어린이 및 청소년, 군인 700원 / 65세이상 노인 및 장애인, 국가유공자 무료 / 만6세 이하 어린이 무료

휴관일 : 매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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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디자인소리 & 리뷰어 1기 천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