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xhibition

재미있는 명화 패러디 <숨은명화찾기展>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이 있다. 미술에 무지한 사람일지라도 언뜻 본 기억이 있는 그림이라던가, 교과서에 실려 있는 역사학적으로도 중요한 그림들 말이다. 이러한 그림들은 명화라는 칭호를 받게되고, 그 명화들은 세계인의 눈에 익숙하리만치 친숙하다. 그러한 명화들은 마치 명곡이 리메이크되고, 영화 속 대사가 유행이 되듯 작가들에 의해 패러디 되거나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여기에 그러한 명화를 차용하여 새롭게 표현 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작년 개관한 대구 현대백화점 9층 갤러리는 탁트인 공간을 마주하고 있어 쇼핑을 하다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였다. 그래서인지 입구쪽 벽면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작품은 지나가는이들의 이목을 잡기에 충분했다.  



 

"렌티큘러 필름?"

입구 벽면에서는 렌티큘러 필름을 이용하여 3D효과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렌티큘러 필름이라는 단어에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표현재료이다. 책갈피나 마우스패드, 또는 핸드폰 고리 등 여러방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렌티큘러 필름은, 2가지 그림을 각도에 따라 보여지게 하는 필름이다. 아직도 무엇인지 감이 안잡힌다면, 아래의 그림과 동영상을 보며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ART!'라는 글씨와 배경에는 명화를 차용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몇발자국 그림에서 이동을 하여 작품을 바라보면  'START!'라는 글씨와 명화를 재해석 하여 재미있게 희화화 시킨 그림이 보여지게 된다.

 


 

이 작품 또한 정면에서 봤을 때에는 그저 명화를 패러디한 그림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발을 움직여 눈의 위치를 옮기게 되면 그림 속 인물들은 군복을 입은채 새로운 패러디물로 재탄생된다.

 


렌티큘러 필름의 효과가 더 잘보이는 동영상 ▶Play

 

평면작품의 동적인 입체화

이처럼 렌티큘러 필름은 2가지 그림을 한 작품에 포함시킬 수 있어 재미있는데, 이러한 재료를 예술작품에 결합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입체적이고 동적인 전시를 볼 수 있게 하였다. 렌티큘러를 필름을 이용한 이러한 전시는 제작과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평면이지만 입체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매우 참신한 표현 방법이였다. 또한 지나가면서 그림이 변하는 과정을 눈에 담을 수가 있어 입구에 이 작품이 걸려있다는 것이 의도적인 전시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흥미로웠던 렌티큘러 작품들을 지나 안으로 들어오면 또 다른 재각각의 방법으로 표현 된 명화들이 눈에 띈다.

 

 

광고 스티커의 재탄생

이번 전시에서는 렌티큘러 필름을 비롯하여 또 하나의 독창적인 재료를 사용한 전시가 눈에 띄었다. 아래의 작품들을 눈여겨 보자.

무엇으로 표현되어 있는가? 수채화물감? 유화? 프린트?

 




 

광고스티커의 패턴화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명화이지만, 가까이서 본다면 홍콩반점', '만리장성', '피카소 부동산' 과 같은 상호와 각종 전화번호가 차지하고있다. 바로 광고스티커들을 이용하여 재탄생 된 명화들이다. 요즈음 광고스티커는 상업적으로 매우 난무하고있어 대문이나 집앞에 붙여진 스티커들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무분별한 배포로 모아진 스티커들을 처치하기가 곤란하여 쓰레기통에 버려야만 하는 일들을 겪곤 하였다. 하지만 최잔 작가는 그러한 스티커들을 이용하여 명화를 재탄생 시켰다. 사실 그 의도는 우리가 가지고 싶고, 동경해오던 명화를 값싼 스티커로 재현해 현대의 소비사회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작품 속 스티커의 원색적인 색감은 명화를 더욱 부각시켰고, 스티커에 적혀진 상호명이나 전화번호는 마치 천 조각위의 패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작품들을 보면 재료의 한계는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선시대의 명화들

작품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가, 마치 벌집모양과 같은 수많은 패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지? 하며 몇발자국 뒷걸음질 치며 작품 전체를 눈에 담았을 때, 비로소 어떠한 명화를 표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래의 작품들은 우리나라의 화가 김홍도의 명화를 차용하였다. 마치 점묘화가 생각나기도 하며, 모자이크화가 떠오르기도 하는 이 작품들은 가까이서 보았을때는 어떤 그림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지만, 멀리서 보았을때 그 전체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는 점에 있어서 매력적이였다.

 


 

명화속 주인공의 피노키오화?

여기 이 인물들은 우리가 알던 명화 속 주인공이 맞다. 그런데 무엇인가 달라보이지 않는가? 바로 그들의 코가 피노키오처럼 늘어난 것이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해야만 코가 들어나는데, 그럼 그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소리인가?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익히 알던 주인공들의 모습을 피노키오화 시켜놓은 것이 눈길을 한번 더 가게 만들었다.

 


 

맞추고 싶은 퍼즐조각

명화들이 하나하나 조각 나 퍼즐로 탈바꿈되었다. 작가는 퍼즐위에 명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여 조각을 마구 흩트려 놓았다.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저 조각들을 맞추고 싶은 생각이 들 것만 같지 않은가. 퍼즐 위에 스탬프로 찍듯이 많은 색채들이 찍혀져 명화를 만들어내고있다. 퍼즐을 마추어 나간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작가는 명화마저도 결국은 한 줌의 먼지가 되기때문에 '사라짐'의 가능성이 있는 퍼즐의 속성을 도입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퍼즐 조각처럼 하나를 잃어버리면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 불완전한 퍼즐의 이미지가 한줌의 먼지라는 작가의 의도와 잘 결합되어 표현되어졌다. 문득 우리에게 친숙한 퍼즐이 새로운 느낌으로 받아들여 졌다.

 


 

김홍도의 인물들

빈 물항아리가 있는 공간은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패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이유는 마치 페르시아 상인들이 짊어지고 있을법한 물 항아리들 위에 조선시대의 화가 김홍도의 작품 속 인물들이 함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어쨋든 다양한 양식의 항아리들 사이에서 김홍도 작품 속의 인물들은 재미있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삼다수를 항아리에 옮겨넣거나 매달리기도 하고, 물을 길어 나르기도 하고 있다. 재미난 광경들이 하나하나 보여지는 이 그림에서 김홍도의 인물들은 생동감있게 재탄생되었다.

 


  

어찌보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미술작품들을 각각의 방법으로 개성있게 풀어낸 명화전이였다. 작가들은 명화들을 과거, 현대 등의 갖가지 요소와 잘 결합하여 새로운 표현과 이미지를 보여주며 재미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패러디와 재구성을 통해 명화에 대한 친숙함과 유쾌함을 느낄 수 있던 전시였다.



http://designsori.com

저작권자 ⓒ 디자인소리 & 리뷰어 1기 천민정